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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이웃


BY 정자 2009-06-28

나 어렸을 땐 내 이웃은

반드시 지붕이 이어져 한 칸 한 칸

방이며 부엌이 다닥다닥  붙어

아침이면 무슨 국이 밥상에 올라가는지

점심이면 부침게라도 구수한 한 끼로

저녁에 등 하나로 온 마당을 환하게 비춰

보지 않아도 얼굴을 마주보는 듯

같이 살아 살었다.

낮은 지붕 덕에 눈 내리는 날 눈 쌓이는 소리가 서걱서걱 들렸고

장마철에 폭우는 지붕이 떠내려 갈 것을 미리 미리 걱정했으며

끝내 홍수에 서로 덜덜 안고 떨었던 여름에

신발 떠내려 가거나 멀리서 흩어져 내려오는 숱한 사연들을

어둑한 둑방에서 긴 나뭇가지로 건져 올리던 것이 유일한 안빈낙도 였을까 싶지만은.

 

세월이 흐르거나  내가 그 만큼 늙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희미하게 창문에 어리던 먼 별빛처럼 내 눈빛도 돋보기를 빌려

아주 가깝게 가까운 숨결소리를 나의 이웃을 기억 해 볼 일이

자꾸 생기는 것이었다. 꿈에서도..

 


금원섭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