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렸을 땐 내 이웃은
반드시 지붕이 이어져 한 칸 한 칸
방이며 부엌이 다닥다닥 붙어
아침이면 무슨 국이 밥상에 올라가는지
점심이면 부침게라도 구수한 한 끼로
저녁에 등 하나로 온 마당을 환하게 비춰
보지 않아도 얼굴을 마주보는 듯
같이 살아 살었다.
낮은 지붕 덕에 눈 내리는 날 눈 쌓이는 소리가 서걱서걱 들렸고
장마철에 폭우는 지붕이 떠내려 갈 것을 미리 미리 걱정했으며
끝내 홍수에 서로 덜덜 안고 떨었던 여름에
신발 떠내려 가거나 멀리서 흩어져 내려오는 숱한 사연들을
어둑한 둑방에서 긴 나뭇가지로 건져 올리던 것이 유일한 안빈낙도 였을까 싶지만은.
세월이 흐르거나 내가 그 만큼 늙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희미하게 창문에 어리던 먼 별빛처럼 내 눈빛도 돋보기를 빌려
아주 가깝게 가까운 숨결소리를 나의 이웃을 기억 해 볼 일이
자꾸 생기는 것이었다. 꿈에서도..
금원섭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