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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속옷


BY 비단모래 2009-06-24

여자의 속옷

             錦沙

 

여자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

몇번인가 배를 가르는 수술을 하고

아랫도리 물 마른 논처럼 먼지만 풀풀해도

레이스 속옷이 입고 싶었다

 

얼굴에 내려앉은 시간

굵은 고랑으로 패여

섭섭한 거울을 들여다봐도

아무도 몰래

속옷엔 레이스를 달았다

 

젊은날은

아무거나 입어도

사랑은 가능했다

날 서게 푸른 달력 뜯으며

달콤한 섹스를 꿈꿨다

 

20대는 포개져서 자고 30대는 마주 보고자고

40대는 손만잡고 자고 50대는 등돌리고 자고

60대는 하나는 방에서 자고 하나는 거실에서 자고

70대는 어디서  자는지 모르고

80대는 하나는 산에서 자고 하나는 집에서 잔대

 

농담같이 웃지만

몰래 손가락 꼽아 나이를 셈해 보면서

물렁한 아랫배를 감싸고 있는 레이스팬티를 생각한다

 

한달에 한번 피던 붉은 꽃 시든 허름한 언덕

펄렁펄렁 청춘같은 마음만

심장속에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