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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조롱하다


BY 최혜정 2009-05-28

 진실을 조롱하다
                                           최혜정

10원짜리 설탕과자 하나에
양심을 버리고 엄마지갑에 손을 대던 날,
설탕과자보다 달콤한 친구의  꾀임에
피아노 학원 빼 먹고 놀이터로 향한 날,
엄마는 슬픔에 가득찬 얼굴로
아프다고 하셨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프노라고 내게 말씀하셨다.
장롱 밑에 넣어 둔 굴직한 회초리보다 더 무서운 건
엄마의 슬픈 얼굴.
거짓말을 하면 누구든 아프게 된다고
가슴에 새겼다.
 
아무도 모르나보다
내 가슴에 새긴 그 진리를.
모두다 진실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모두다 진실이 아니라고도 이야기하고
모두다 거짓이라고 말하는데
모두다 거짓이 아니라고도 이야기하고
누가 무엇을 주었는지
누가 누구의 것을 빼앗았는지
누가 누구의 일을 눈감았는지
누가 누구를 짓밟았는지
누가 누구를 죽게 했는지
혹은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
진실은 어디로 발길질을 당했는지
세상은
소름끼치는 미소 띄우며
진실을 조롱한다

아파야할지
울어야할지

아니면

소름끼치는 미소

띄워야할지
헷갈리는 나를 보며
세상은 맘껏
나를 조롱한다
 

2009.05.28
최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