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사랑
정 현정
날 없다하지 마세요.
나를 절실하게 사랑하던
그 때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지 마세요.
난 당신의 곁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었으니까.
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하지 마세요.
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내 소리는 듣지 않으려는 거니까.
일으켜 세워 드릴께요. 이젠.
사랑하지 않으려 해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당신 이였기에
당신 곁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떠나는 그 순간
당신도 함께 지워질 테니까.
원하던, 원치 않던,
당신과 난 하나일 수밖에 없어요.
단 한 번도
당신을 떠나본 적 없는 날
언제부터인가 외면하는 당신을
난 미워할 수도 없었어요.
바람의 가벼움에
날 버리려 하지 마세요.
하늘의 어둠에
날 가두려 하지 마세요.
몸이 당신을 거부하는
그 때가 되어야만
난 떠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난 이렇게 아프답니다.
그래서 난 이렇게 슬프답니다.
맞닿을 수 없는 당신의 손도
채 한 번 잡아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우는 날,
그런 당신을 사랑하는 날
당신은 이해할 수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