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리의 게으른 주인이다.
내가 어둠컴컴한 새벽에 출근을 할 때
어느 강가에서 전화번호도 없고 주소도 불분명한 철새 몇 마리의
오리를 날마다 눈빛으로 키우고 있다.
오리도 서로 얼굴부비고 잘 웃는다.
낄낄!! 끼이익!..
사람 웃는 소리는 사람만 알아듣지만
오리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은 나도 오랫동안 오리를
먼 발치로 눈 빛으로 살피다보니
꽁지 짧은 오리마냥
뒤뚱뒤뚱 걷기도 하고
슬쩍 겨드랑이에 근질근질 거려
박박 손넣고 귺는 모양이
꼭 오리 날개밑에 주둥이 처박고 기름 바르는 흉내다.
물위에 누구라도 부상을 하고
예수가 아니고서야 걸을 수도 있는 길이 생기나보다.
오리는 그 길을 빠르게 걷는다.
그러다
툭 발차고 떠오르는 날음.
그 최대속도에
등뼈 속이 비워지고
흰뼈가 드러날 만큼 공기보다 가벼워진다.
사실은 나는 오리의 주인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 오리들이 나를 모른척하면 속상할 것이다.
누군가 나처럼 내가 그 오리 주인이라고 주장하면
그 때 확인해 볼것이다.
당신 오리가 웃는 거 보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