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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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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목걸이


BY 최혜정 2008-11-13

얘들아.
내 목걸인 열쇠 목걸이
내 목걸이가
뭘 이야기하는지 아니?

우리 엄만 잘 나가는 캐리어우먼
우리 아빤 유능한 CEO. 어때 자랑스럽겠지.
그래서 나는 모든 걸 혼자하는
똑똑한 아이라고 이야기하지.

학교 앞 문구점.
백원짜리 끊임없이 삼키는 쬐끄만 오락기 앞에
종일토록 쪼그리고 앉아 있어도
야단칠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하지.

간식이 생각나는 오후,
엄마가 삶아놓은 고구마, 옥수수는 없지만
어제 밤 엄마가 지갑에 넣어 준 용돈으로
떡볶이며 꼬지를 마음껏 사 먹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

학교 수업 마치자마자
영어학원, 논술학원, 컴퓨터학원.
저녁노을지고 어둠이 몰려 올 때까지
지친 몸, 헝클어지 머리로 여기저기 헤매야한다고 이야기하지.

어둠이 지고 집으로 가면
\'딩동\'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할 이 없어
비좁은 열쇠 구멍 찾아 \'철커덕\' 문을 열고
캄캄한 거실 불을 내손으로 켜야한다고 이야기하지.

사람소리 그리워 TV부터 켜놓고
배 고프면 뭐든 냉장고에서 꺼내 먹고
멍하니 드러누워 엄마 먼저 올까, 아빠 먼저 올까?
기다림에 지쳐 잠들어 버린다고 이야기하지.

내 목걸이는 열쇠 목걸이
가슴에 매달린 열쇠들이 짤랑짤랑 흔들리면
엄마얼굴 떠 올려본다.
엄마가 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