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사랑의 시작은 가을비가 오는 날에
- 이 예향 -
가을비가 오는 날
창문을 열고
비 내리는 하늘을 쳐다보며
나의 첫 사랑을 그려본다
사랑의 꽃이 한창 피어나는
이십대의 청춘 시절의
가을 어느 날
이른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는
날씨는 흐리기만 했지 비가 안 오기에
우산준비를 안 한 채로 밖으로 나왔는데
한 낮이 되어서는 갑자기 비가 마구 쏟아져
비를 피할 길을 찾고 있을 때
어느 낯선 사람이 우산을 들고 와서는
비를 맞으면 건강을 잃으니 우리 같이 비를 맞지 말고 갑시다하며
그는 내게로 다가와 우산을 씌워주며
가는 쪽을 가르켜 달라기에 내가 가는 길을 가르쳐주니
그도 가는 길이 같은 방향이라 하며
둘이 같이 우산을 같이 쓰고 가다가
내가 가는 곳에 거의 다가오니
억수같이 오던 비는 멈추었지
그 후로 며칠이 지난 뒤에
비가 또 내리던 날
내가 버스 승강장에서 버스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를 맞추어 며칠 전에 나에게 우산을 씌워주던
그 사람도 버스를 타러 오므로
그와 나는 두 번째의 만남이 되어
그 뒤로 그와 나는
서로서로 마음을 주고받음으로
이 가을비가 오는 날에
만남의 계기로
나는 첫사랑의 시작이 되어
그 사랑은 계속 이어가고 있다가
하늘과 땅으로의 이별로
얼마 전에
나의 첫 사랑은
안녕이 되고 말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