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이를 처음 만나던 날
창밖엔 짖궂은 봄비가 지적대며 흩뿌렸고
창안엔 따사로운 봄 기운이 소복히 내려 쌓였다.
젊을 듯 나이 든 모습에
검은 테 안경이 어울리는 그이는
여전 다소곳한 모습으로
도란 도란 내 귓가에 봄노래를 들려 주었다.
그렇게 봄은 소리없이 시간을 죽이고 있었고
나의 손바닥엔 어느새 촉촉히
봄내음 섞인 분홍빛 마음이 돋아나고 있었다.
긴 시간 마주한 얼굴
그 이의 눈 빛은 나의 동공에 불을 지폈고
얄팍하니 가지런한 입술은
울컥 깨물고 싶은 충동을 애게 안겨 주었다.
담담하니 이어지는 낮으막한 그 목소리
문득 허공을 나는 사랑의 언어를 듣는다.
창밖엔 여전히 봄비 소리 다정한데
달려가 안겨도 싫지 않을 그이
그러나 아직은 머물러야 할 시각
내리는 봄비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나는 그만 입술을 깨문다.
사랑은 그렇게도 다가 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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