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지나가는 오두막집 옆 가장 좁은 모퉁이에
키 작고 넓은 입술을 가진 여자같은 노란 민들레가
봄 바람에 흔들리면서 크던 날.
매일 잠자던 살구나무 등걸이에도 연두처럼 번지는
마른가지에도 한 동안 묻지 않았던 소식이 빨간 우체국
오토바이로 걸어오던 날.
참새가 아니면 한 떼로 나는 꽁지 짧은 오리들이 간간히
부스러기 같은 햇볕 쪼가리들을 주워먹는 빛 잔치 치루던
지루한 나 날이었던 만큼.
꼭 그 만큼 내 키가 자라서 한 번만 까치발을 세워
감꽃 따 먹던 어제...
모두를 기억하는 오늘 봄 밤에 깊게 울리는 기차 기적소리에
또 민들레 흔들리고, 살구꽃 피고, 냉이꽃 멀대같이 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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