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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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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꿈


BY 김창숙 2006-08-30

 

                                       

                                            김창숙


 남편 자동차가, 뒤집혀 맴 도는 풍뎅이 같이, 방향 잃고 팽그르르 돌고, 놀란 가슴, 겨우 차를 붙잡아 문 열고 쓰러진 남편 안고 흔들어댔어요. 그 순간 하늘이 무너지고. 밉기만 했던 그 사람 얼마나 소중하고, 사랑하고 있는지 무의식에서 깨달았죠. 잡아 흔들고 울며 소리치다 놀라 깼어요.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모습 가만히 들여다봤어요. 꼭 자식 쳐다보는 엄마 마음같이...

‘휴’

 언젠가 그이 모르게 담 쌓기로 했어요. 받은 만큼 꼭 돌려주리라고. 야속할 때도 한 장 쌓고, 미울 때도 한 장, 고집 피울 때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을 때도, 친절하지 않을 때도, 쌓고 또 쌓고 울타리 다 되면 한방에 무릎 꿇리려고.

그랬는데 그 담이 힘없이 스르르. 애초에 어설픈 설계도에 부실공사?


 “차 조심 하세요. 꿈이 편치 않았어.”낮에 그렇게 마중했는데 연락이 왔어요. 달리던 차가 멈춰서 카센터에 있는데, 견적이 백만 원 나왔다고. ‘꿈 땜 했네.’

 부부로 만나서 삼십일 년, 우리는 빼도 박도 할 수 없이 꿈속까지 얽혀져있네요. 등 가려울 때까지 옆자리 지키고 있는 것만도 고맙지요. 겸손한 마음으로, 진정 낮추고 이 남자하고 진짜 사랑해볼게요.

 꿈 하나 꾸어요. 두 아들 장가보내 할미 되는 꿈.

 우리 손자손녀에게 아름다운 시골 풍광 추억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제 꿈예요. 준비해둔 시골 강가 조그만 땅에다, 예쁜 꽃밭 만들고, 솜씨 좋은 그이에게 토담집 하나 지어달래서, 빨간 족두리 꽃 잔뜩 심고 야생화도 심고, 좋아하는 능소화는 혹 아이들 눈 다칠세라 참고, 대신 배롱나무 한그루 모양 좋게 잘 키워볼게요.

 후일 완성되면 기별할 테니 오셔서 차도 한잔하시고 쉬어들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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