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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랑>너에게 띄우는 마지막 편지


BY 오회숙 2005-09-30

 

너에게 띄우는 마지막 편지


소리 없이 왔다가

소리 없이 갔건만

입으로는 보내놓고

마음으론 한 쪽 발을

여전히 붙들고 있었나보다


유품처럼

흑백 사진처럼

색 바랜 일기장처럼  

가끔 들쳐보고 싶었던 걸보면


마지막 남긴 그 한마디 말로

여전히 나를 칭칭 동여매고

끄르지 않는 걸 보면

나또한 너를 지독히 사랑했었나보다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가끔 그리움이 목까지 차오르는 날이면

부드러운 바람 되어  눈에 띄지 않게

고요한 모습으로 너에 곁에 머무르고 싶었어.


낙엽 지는 가을날엔 너를 향한 그리움

숱하게 태웠지만 잔불은 꺼질 듯 꺼질 듯

꺼지지 않고 되살아났고,

꽃 잔치 열리는 봄날엔

설렘을 자르고 베었지만

뿌리는 여전히 남아

또다시 새싹은 움트고 있었지


태워도 불살라도

자르고 베어도

다시 움트는 너와 나의

두 번째 사랑도 아닌 첫 번째 사랑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간들을

간직할거야 가슴속에,


너와나

우리들의 사랑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너에 가슴 한쪽 끝에

가끔,

그믐달로 뜨고 싶은 건

나만의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