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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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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틈새에 스미는 바람


BY 융화 2005-09-23

 

 

늦은 밤

아련한 달빛이 떠 오르면

풀잎에 맺힌 이슬이

뽀얀 정강이를 휘휘 감기며 적셔드는

어느 늦여름밤 풀섶에

두고 왔던 것 같습니다

 

간 밤에 내린 눈

삐툴삐툴 정겹에 양옆으로 치워놓은

동네 안 골목길

그 곳에 세워두고 왔을까요

 

몇 안되는 집집마다

희미한 등잔불빛 새어나와

겨우겨우 발밑만 분간되는

어두운 그 곳

까만 밤에 홀로 두고 온 듯 합니다

 

그렇게 무심히 버려두고서

허겁지겁 도망쳤습니다

 

뒤돌아 볼 여유가 없었지요

사느라고...

 

이제

달려 갈 길보다

달려 온 길이 더 길어진 지금에야

한 고비 넘긴 구릉에 서서

흐릿한 실눈을 뜨고

버려두고 온 그 길을 더듬어봅니다

 

설레이네요

굳어진 마음에 틈새가 보이네요

입가에 보일듯 말듯한 미소가 번져오네요

그래 그랬었어...

아마 스므살도 훨씬 이전이였을거야

 

막 피어 오릅니다

풋풋한 풋사랑의 향기가

마구마구 번져 갑니다

희미한 그림의 물감이... 곱게

 

가슴에 온기 하나 품게 생겼네요

이 나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