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5000에 아파트 골목사이
비집고 들어와 빵냄새 풍기는
낡은 트럭 처마보고
뛰쳐나온 남루한 슬리퍼들
동그란 쇠판에 하얀 눈가루처럼 뿌려진
치즈와 햄 야채의 기막힌 교합은
배기가스로 얼룩진 주차장을 기웃거리는
강아지의 꼬리마져 흔들리게 한다
동네 개구쟁이들 허기진 배 틀어쥐고
삼삼오오 트럭위 고개넘어 침 삼키다가
적당히 불에 익은 네모상자 가슴에 껴안고
박자 맞추듯 사뿐히 돌아서는 아이
졸음에 고개가 꺽여도
여린 품에 안긴 피자상자
제평형 유지위해 팔 세우고
비틀거리는 버스에서도
횡단보도 건널때도
계단을 오를때도 여지없이
제몸 반만한 상자 품에안고
의기양양 배부른 발걸음엔
싹이 돋는다
그 좁은 품에 세상 한아름 안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