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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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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상자


BY 일마레 2005-06-24

 

단돈5000에 아파트 골목사이

비집고 들어와 빵냄새 풍기는

낡은 트럭 처마보고

뛰쳐나온 남루한 슬리퍼들

동그란 쇠판에 하얀 눈가루처럼 뿌려진

치즈와 햄 야채의 기막힌 교합은

배기가스로 얼룩진 주차장을 기웃거리는

강아지의 꼬리마져 흔들리게 한다

동네 개구쟁이들 허기진 배 틀어쥐고

삼삼오오 트럭위 고개넘어 침 삼키다가

적당히 불에 익은 네모상자 가슴에 껴안고

박자 맞추듯 사뿐히 돌아서는 아이

졸음에 고개가 꺽여도

여린 품에 안긴 피자상자

제평형 유지위해 팔 세우고

비틀거리는 버스에서도

횡단보도 건널때도

계단을 오를때도 여지없이

제몸 반만한 상자 품에안고

의기양양 배부른 발걸음엔

싹이 돋는다

그 좁은 품에 세상 한아름 안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