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나른함을 피하려고
캡모자 눌러쓰고 동네 한 바퀴
마트 계산대에서 어르신이 물으신다.
친절하게 유통기한 날짜를
계산원이 대답한다.
날짜 옆의 숫자에 대해 또 물으신다.
계산하기 바쁜 계산원을 대신해서
내가 12시 29분까지 드시라는
시간이라고 알려드린다.
계산원도, 어르신도 웃으신다.
나도 따라 웃는다.
내가 계산하는 상품에 대해 궁금하신지
뒤에 계신 분이 호기심의 눈으로
고개를 길게 빼고 궁금해 하신다.
'장어'라고 일러드리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계산원이 웃는다.
나도 웃는다.
아이들만 호기심 천국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호기심을 잃으면
살아가는 맛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