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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퇴근


BY 하영 2005-04-18

 

 

 

날마다 세상에 잡혀 살다.겨우 오늘 일찍 퇴근한다는 당신에게

따슨 된장국 한그릇 대접하고 싶었지요.

맨날 나만 먹던 잘익은 파김치랑 갓김치랑

열무지 한접시에

오늘따라 고등어는 왜그리 안익는지

아무도 바라봐 주지 않는 텔레비젼은 혼자 무어라 그리 중얼거리는지

“드라마 아줌마 드라마 안봐요?”  부르지만

난 오늘 더 재밌는 일이 있

아들 녀석은 물장난으로 옷이 흠뻑 젖었지만

그럴수도 있는 날이지요

저녁 함께 하자던 이른 전화에

신바람이 낫다지요.

우리동네  아줌마들한테 소문 냈지요.

오늘은 영순위 우리 남편 일찍 오니

저녁때 부르지 말 것을 단단히 일렀지요.

혹시 식을까 싶어 자꾸만 다시 끓여 보는 된장찌개

오늘따라 마음만 바쁘고

오랜만에 차린 밥상에 무얼 내 놓을까

냉장고문을 열었다 닫았다 연거푸 몇 번을 했을까?

드르륵 발자국 소리와 함께 열릴 것 같던 현관문

한시간 두시간이 지나도

이제 재미 없어요. 밥도 국도 고등어도 다 식었는데

내마음도 식었지요.

배고프단 녀석 아빠 오면 먹자고 달랬는데

이미 잠든지 오래지요.

역시나 오늘도 세상이 나보다 먼저 당신을 붙들어 버렸군요

놀래주고 싶었는데

진수성찬인데

배는 왜그리 고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