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엄마가 나를 키우느라고 파출부를 십여년 하셨습니다,
가난하여 집집마다 있던 냉장고두 전화두 우리집은 다 나중에 산다고 하셨습니다.
어느 날 우리집에 월부책 장사가 왔었습니다.
엄마는 스물네권짜리 문학전집인가 뭔가를 단칸방에 책꽂이두 없이 진열 해놓았습니다.
그리고 이년이 지나
테레비두 없구 하두 심심하여
문학전집이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앉아 있는 책을 뒤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김동리가 누구이고, 이상이 시인이였으며
모르던 이름을 배우기 시작 했습니다.
나 중에 그 책값을 물어보니
테레비보다 더 비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무렵 내 나이가 열 여섯, 일곱이던가 그렇습니다.
책 읽다가 가난한 것도 모르고
무슨 마약을 책갈피에 발라 놓은 듯 정신 홀딱 빠지게 하였습니다.
우리엄마는 칼라테레비 생기니까, 결국은 버린 흑백테레비 주워오고,
용량작아 못 쓰겠다고 바꿔 버린 백 삼십리터 냉장고 주워 와 지금도 애용하고 계십니다. 옛날 상호 금별. 그냥 별도 아닌 금으로 만든 별 냉장고.
며느리가 요즘 냉장고로 혼수로 드린다고 하니
네가 시집 안오면 절대 안사도 된다. 있는 냉장고는 지금도 피가 잘 순환된다. 건강하게.
파출부를 오래하셔서 돈 많은 유명한 집을 많이 알고 계십니다.
오히려 그들은 파출부가 아니고 손님으로 초대를 합니다.
그래도 엄마는 잘 안갑니다. 자존심때문에 그러는 줄 알았습니다.
가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엄마보다 더 어렵고 힘든이 한 번 초대해서 그네들이 늘 먹는 식탁에 한 자리 내주라는 것.
엄마는 그들에게 비켜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들에게 사랑한다는 말보다 늘 한 두 공기밥 여유롭게하여
대문앞에 때 없이 찾아오는 나그네이든 . 그 누구이든 드리고 싶은 그 넉넉함.
나는
스물네권의 문학전집에 고스란히 배어있는 엄마의 마음을
지금도
삭히고
발효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어설프더라도.
늘 가슴한켠에 아픔처럼 접혀져 펴지도 못하고, 읽어보지도 못한 것이였습니다.
아직도 직접 온도계로 재어야만 그 사랑이 느껴지는 모순에 수 없이 감추고 싶었던 것.
오늘은 그냥 펴보고 담담히 읽어주고 싶었습니다. 내 유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