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내린 들판에 나와
너를 발견하고서
마주했다.
다헤어진 넝마
삐죽삐죽 삐쳐나온 머리카락
곧 뻗은 양팔
비스듬히 서 있는 몸
어디를 보아도 고운 구석
하나 없는데
니가 정스럽다.
의지 하나로 몸을 지탱하고
서 있으면서
그 말많은 참새들의
입방아에도
꿈적임 없이 서 있는
그리하여
니가 지켜내는 이 황금알들을 보아라
한번 지키기로 맹세한
굳은 결의는
감히
그 말많은 참새도 범접 하지 못하고
투덜투덜
돌아서 가버리는
가을 빛 내린 들판에
정겨운 니가 그렇게 서있다.
표정없이
서 있어도
나는 그런 니가 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