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시월의 기도
가을 아침이 조용히 내려 앉았습니다
뿌연 새벽 안개가 걷히어
내게로 오는 아침 햇살은 눈부시고
파란 하늘이 더 높아 보입니다
노란 색종이로 오려 붙인듯한 은행잎은
조용히 오는 사랑처럼 소리없이 물이 듭니다
눈 비비며 이슬 머금은
들풀의 기지개는 더욱 아름답습니다
무명의 풀벌레 합창소리에
새벽 까치가 메아리 칩니다
지난 여름이 아쉬워 떠나지 못한 아기 매미는
못내 슬퍼 보이기도 하네요
수줍어 웃는 멘드라미의 열정적인
지난 사랑을 얘기 할까요 ?
세월을 견디어 온 초록바위 뒤로
어느 노부부의 발걸음이 한가롭습니다
산다는것은 기다림의 줄다리기
자연을 기다리며
계절을 기다리며
인연을 기다리며
이렇듯
가을은 나에게 기도 하게 합니다
파란 하늘이 눈부셔
못내 흐린 내 영혼이 부끄럽지 않기를..
가을이여
또 다른 기다림을 달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