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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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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꽃다운 열 여덟이었다


BY 자두 2004-09-11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눈빛만 보면
가슴에 이는 작은 물결이 무얼 의미했었는지
흘러가는 구름만 보아도 마냥 좋았고
구르는 낙엽만 보아도 세상 슬픔이 다 내 것인 것 같았던 그 때
서녘하늘 물들인 노을 빛을 등에 지고
늘 하교 길을 함께하던 단발머리 소녀

 

늦은 가을 오후,
스산한 바람이 불어와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새까만 플레어 스커트 자락 곱게도 여미고
벽오동 가로수 늘어선 길을
차가워진 손끝으로 우산을 받고
마치 어느 무명화가의 그림 속을 여행하듯 그렇게 걸었다.

 

비에 젖어 서러운 낙엽을 밟노라면
'콜로라도의 달'을 아름다운 연주로 들려주시던 음악 선생님과
국어시간 시심에 젖어 읊던 현대시
통학길 버스 안에서 눈길이 마주치던 옆 학교 남학생, 그 녀석까지
우산 속의 웃음꽃은 마냥 즐거워
겨울을 재촉하는 늦은 가을비에도 질 줄 몰랐다.

 

고운 목선위로 검정 교복의 흰색 컬러가 유난히도 눈부셨던 그때
단발머리 검정으로 찰랑거리며
비 내려 스산한 늦가을 오후
십리 길을 걸어도 멀지 않은 느낌은
꿈꾸던 세계가 너무도 깊었음 이더라.
벽오동 지는 꽃을 밟던 그날은 내 나이 꽃다운 열 여덟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