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셔도 좋을 그런 가을 뙤약볕에
선홍빛 물감 수 놓던 멍석 위의 고추 말림처럼
내 마음도 내 널어 말릴 수 있다면
고여진 눈물일랑 퍼 올리고
샘 아래 쌓여진 미련일랑 들어 내고
한 방울 한 방울 맑은 물로 채우리
두눈 감고 맞아도 좋을 풋풋한 가을 바람에
날개짓 아름다운 고추 잠자리 처럼
내 그리움도 꽃잎에 실어 날릴 수 있다면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꽃접시 위에
사랑도 우정도 곱게 돌려 담아
지는 잎새 춤잔치에 허기짐을 채우리
다시 초대되는 가을의 향연에
풀벌레 목 놓아 우는 울음은
사랑 잃어 구슬픈 춤곡을 연주하고
흔들리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허공을 날으는 노오란 부채는
무대를 사뿐히 거니는 발레리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