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넝쿨처럼 어울어져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알쏭달쏭 알 수 없도록 그렇게 엉켜서 살면
우리 안될까
언제부터인지 배암처럼 구부정 휘었던 논과 밭은
자로 잰듯 정확한 금을 도드라지게 빛내면서
우리 사이엔 날 선 금이
죽 그어졌다
논둑을 따라 구부정 휘돌아 가면
하얀 찔레꽃처럼 넉넉하게
맞아 주던 너는
어느 날부터 몰래몰래
그 많은 금들을 키워냈는지
내 앞을 가로막고 떡 버티고 선
너게로 갈 수 없는
이 아득한 끝
논둑길지나면 ㅎㅎ
만나질 것 같은 우리였는데
구불한 논둑길따라 나 배암처럼 걸어가
만나 질 것 같은 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