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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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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를 그만 두던 날


BY 개망초꽃 2004-03-29

나도 기절은 안한다.

울어 버리고 말지..그리고 속으로 생각한다.

너 같은 건 없어도 돼.

너 없어도 난 밥 후딱 먹고 장사하러 갈 수 있어.

 

창백해서 쓰러질 것 같은 배꽃잎 낯장이 되어도

난 기절하지 않아.

불륜으로 만나 헤어질 때가 되었을 때

허설픈 웃음을 웃었지.

다시 또 그런 웃음으로 입가를 닦으며

텔레비전 리모콘을 집거나

컴의 전원을 눌렀거나

이불 뒤집어 쓰고 한 낮까지 자거나

화장실로 들어가 수돗물을 켜고 숨이 막히지 않을 정도로 울었거나...

내가 쓰러진다고 날 안아서 침대에 뉘워 줄거란 기대는 벌써 하지 않았어.

 

나는 나, 너는 너, 우린 별거를 한지 사년.

한집을 나눠서 갖었지.

부엌은 함께 쓰고 화장실도 순서를 기다렸고

너는 뒷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나는 앞베란다에서 시시껄렁한 화초를 길렀지.

같이 밥을 먹을 때가 일요일 저녁뿐.

나머지 때때는 혼자 먹을때가 수두룩 했다.

창밖을 보며 밥을 먹었다.

책을 보며 밥을 먹거나 라디오를 켜고 밥을 먹거나

텔레비전을 보며 먹거나 했다.

 

목욕을 하면 갈아 입을 옷을 들고 들어가서 갈아 입고 나왔다.

속옷차림으론 거실에 나오질 않았다.

안방은 내 차지고 화장실 옆방이 너의 방이고

가끔은 술을 진탕 마실 땐 거실이 너의 방이 되었다.

그래도 난 이대로 살려고 했다.

한지붕밑에 남남이지만 남들이 보면 한지붕밑에 부부인줄 아니까.

 

별거가 익숙해 졌는데

안방 스텐드 불빛에서 책을 보거나

식탁에 토끼풀 꽂아 놓고 차를 마시거나

새벽이 오도록 컴을 하거나 늘어지게 텔레비전 보는게 익숙해 질 때

우린 별거를 그만 두었다. 네가 먼저 그만 하자고 했다.

그래서 그만하자고 하면서

안방으로 들어가 스텐드 불을 켜 놓고 이불 뒤집어 쓰고 울었다.

왜 스텐드 불을 켠는지 아니?

분위기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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