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설화(說話)
글, 몽련 최순옥
그 날은 부엉이 울음소리가 무서웠던 밤이 였지
흰 쪽 머리 성글었던 외할머니가
주술 외듯 풀어내는 옛이야기에
접신(接神)한 등잔불, 허공을 구르면
민화 속 호랑이 뛰어나오고
한 많은 상사병에 저승 간 처녀총각
산발하고 나타나 문풍지를 흔들 때
식어가는 화로가에 모인 아이들
서로의 무릎에 얼굴을 묻었었지
영 맑은 이 밤
어둠속에 부엉이처럼 앉아
외할머니와 함께 죽어간, 설화(說話)를 되 살려본다
2004.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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