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채 가로수 잎도 다 지지 못했는데
시간은 밀물처럼 차올라서
돌아가지 못한 새들은 혹은 길위에서
그렇게 스러졌다 스러져 갔다
너무도 무심하게 지나치는
이 아침의 영구차가 꽃 한송이 달지 않고
조바심하는 이승과 저승의 문앞에서
망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
여기 이 길위에서 우리가 만나
스치듯 지나쳐간 무의미한 의미를 짚으며
시간들을 헹궈서 무명으로 겨울마당 가득 널었다
펄럭펄럭 하얀 혼같은 무명천은 겨울바람에 채 마르지 못하여
꽁꽁 얼어버린 당신의 몸처럼 그렇게 버티더니
결국 들꽃처럼 무참하게 겨울 산에 지고 말았다
시간은 없다 애초에 주어진 시간은
하루해처럼 당신의 목숨처럼 덧 없는 것을
들꽃처럼 그러한 것을
아직 가로수 잎 다 지지 못했다고 해도
그대를 앞에두고 사랑한다고 채 마저 말하지 못하였어도
그저 이 아침의 영구차처럼 그렇게
무심히 지나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