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스랑이 마른 땅을 훑고 지나가듯
칼날같은 바람에 저무는 도시의 거리는 은밀하다
한무리의 아낙들이 베낭을 메고
행단보도 그 앞에 멈춰섰다
스텐보온병이 비죽이 뒤통수를 내밀고
원색 등산복 차림의 그녀들은
이미 환갑들은 넘겼겠거니 싶다
산이 따라 온 것도 아닌데
나는 산을 올려다 보듯 빤히
그녀들을 쳐다보았다
올곧은 한지로 걸러내어도 말갛게 고울것만 같은
한오라기 티끌도 남아있지 않을것만 같은
그녀의 삶은 어쩌면 내게 환영인지도 모르겠다
푸르른 산이 휘청거리는 내 산이
멀미처럼 지나가는 도시의 길 한복판에
구토를 일으키며 사라진다
한 줌도 안되는 삶의 흔적들이
질긴 나일론줄처럼 엉켜 난장같은
초라한 내 모습이 메스꺼워 행단보도 앞에서
발갛게 깜박이는 신호등 붉은 입김속에서
구역질대신 나는 어쩌면 다 식어버려 밍밍한
보온병 속을 커피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