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도시에서
그녀를 만나기로 애초에 작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또박또박 보도블럭을 소리나게 짚어가며
어둠이 꽃처럼 붉어진 상가의 쇼 윈도우를
보고 또 보고 하였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는
다시 한 점으로 서성여야 하리라
죽도바다 모래알 같은 무수한 점들을 지나서
우리가 만날 수 있을지
행여 어둠속에 한낱 형체없는 한 점으로
소멸될까 두려웠을까
나는 정작 만나자는 말은 접어둔채
참 오랜만이구나
핸드폰 액정에 떠오른 섣부른 그녀의 이름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너무오래 방치한 시간들이
자박자박 어둠을 밟고
도시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녀를 만날 수 있을런지
여기는 죽도바다야
이미 오래전에 내 안에 잊혀진 시간들이
핸드폰 여린 액정속에서 소생하는 걸
지켜보면서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