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익은 듯 하여
오래 전에 우리가 만난듯 하여
돌아서려는 당신을 가만 붙잡았습니다
가만 내게로 몸을 돌리고 선
그대는 아아 그러나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한 번도 그리워한 적이 없는
생을 나즉이 스치고 지나간 도시의 골목골목 처럼
우리는 참말 낯설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 이제는 내가 당신을
가만 돌려 세웠습니다
머뭇머뭇 입안의 말을 채 뱉지 못하여 당신은
느리게 내 앞에서 몸을 돌려
그래도 차마 떠나가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 도시안에서
그립지도 미웁지도 않은 가슴을
채 덥혀지지 않은 온돌방처럼
안고 서성이고 있는
오래오래 타인으로 살아가야 할
어느 생에 한 번쯤 어쩌면 만나질지 모르는
그러나 지금
우리는 온기를 잃어버린
사람들입니다
누군가를 품기에는 너무 헐거운
너무 오래 비워 둔 빈 둥지처럼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지금 내 안을 물처럼 고요히 지나서
걸어가고 있는 당신을
다시 나는 생각합니다
당신은 이제 빠른 걸음으로
미로같은 도시의 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한 번 쯤 고개를 돌려 차마 그래도 떠나가지 못한
누군가를 향하여 당신이 낯설은 미소라도
꽃잎 하나 바람에 그저 툭 지듯
그렇게 내게로 돌려 줄지 모를다는
어처구니 없는 기다림을 나는
꿈꾸고 있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