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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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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이요


BY 하영 2003-09-04

 

쪼옥 쪼옥  손가락을 빱니다. 캄캄한 밤의 정적을 온통 시끄럽게 빨아댑니다.
잠결에 꿈속에선 하얀 젖내나는 엄마 가슴에서 그것이 한모금 침대신 목을 타고 흘러 넘어갑니다.
조금만 조금만  피곤한 엄마가 내손을 " 이 놈! " 하며 빼버립니다. 
내가 엄마 잠을 또 깨웠나 봅니다.  너무 죄송해서 잠이 안옵니다.

엄마 없는 아이들과 엄마 없는 내가 하루내내 놀이방 한쪽에서 울지않고
용감하게 놀다보니 엄마를 잊어버렸는데
오늘은 혁이 엄마가 제일 먼저 왔습니다.
혁이는 우리들을 두고 먼저 가려고 하니 미안했던지 안가 겠다고 떼를 써봅니다.
혁이가 우니까 나도 눈물이 쪼금 났지만 참습니다. 우리 엄마도 올테니까.
엄마는 오늘도 세상이 그렇게 쉽지 않았는지 큰바늘이 3자에 가도 발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혼자서 미끄럼틀을 타는것도 퍼즐을 만져 보는것도 이제 재미없습니다. 
"엄마 곧 오실거야" 선생님이 그랬습니다. 환한 내 얼굴이 거울 속에 있습니다.
 
엄마가 밤에 날 꼭 안아줍니다. 미안해서 랍니다. 낮동안 날 삶에 지쳐 잊어버린 미안스럼움에
날 업어주기도 합니다.
기억납니다. 내가 태어났을 때  기다란 탯줄이 내 배꼽을 타고 세상 밖 까지 따라 나와 주던
엄마 마음을 하지만 의사 아저씨들이 날카로운 가위로 싹뚝 잘라 버렸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날 놀이방에 보냅니다. 탯줄이 없어져서 엄마를 더 이상 따라 갈 수 없습니다.

잠결에도 더듬더듬 엄마 머리카락을 찾아서 한손을 쭉 뻗어봅니다.
까슬까슬 짧고 굵은 아빠머리는 금방 엄마가 아니라는 걸 아는지 보들보들 삼푸내를  손으로 금새 맡아 냅니다.
엄마 머리가 내 손가락에 끼면 얼른 입에 가져갑니다. 엄마맛이 납니다.
"아야" 엄마가 내 손을 탁 때립니다. 피곤한 엄마를 또 깨웠습니다. 잠이 안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