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인 너와 한 몸이 되는 여름날
온몸 속이 고운 소리로 채워져
바위 옷깃을 스치면 울려나는
물인 너는
천상 그대로의 맑음을 지녔는데
땅 속 깊은 곳으로 흐르면
향기로운 샘물로 솟아나고
나무와 풀의 뿌리에 닿으면
생명을 싹 트게 하는
물인 너는
위로에서 아래로만 흐르는
그 겸손까지 지니고 있어
물인 너 곁에 오면
모든 짐을 다 내려놓고 싶다
물인 너와 한 몸이 되는
여름날 그 계곡에서
세상의 허물을 벗어버리고
지즐대는 무지개빛 환한 소리를
이 산과 저 산에 걸어 놓고
이 나무가지와 저 나무가지에 걸어 놓고
두보의 마음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