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서사시
스타의 죽음 뒤에는 무엇이 남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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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혜성으로 솟아올라 만인의 가슴에 살다가 이승의 문턱을 벗어나는 당신의 뒷모습에 깔리는 이별의 빛깔은 왜 이리도 선홍빛처럼 붉습니까 한 올 한 올 머리카락이 빠져가는 그 속에서도 조용히 미소를 지어 보이던 당신의 가녀린 모습에서 우리 가슴을 쓸어 내리게 했습니다
한때는 수많은 사람들의 지친 가슴 속 먹 구름장을 걷어내고 푸른 파도처럼 일으켰던 그 웃음에 빚진 것을 값진 것으로 돌려주는 월드컵 경기장에서 붉은 악마들과 관중들이 당신의 쾌유를 빌며 대한민국을 목청껏 부르짖으면서 뜨거운 경의를 표했습니다
암울했던 80년대를 당신은 웃음하나로 대한민국의 사람들의 막힌 가슴 속을 뚫어주던 그 시절처럼 붉은 악마들과 관중들이 당신에게 그 보은에 답하는 이 앞에서 저승으로 발길 재촉하는 걸음거리까지 멈추고 우리와 함께 호흡했습니다
당신의 웃음 뒤에서 묻어나던 그 울음은 우리 모두를 떠받쳐주는 한 시대의 다리였습니다 건너기 힘들었던 그 80년의 험난한 강을 건너게 했습니다 우는 자만이 하늘의 이치를 깨달은다고 했던가 잿빛 덩어리였던 이 땅! 무기라고 해봤자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라고 하는 당신의 얼굴위로 번지는 서럽디 서러운 그 웃음 하나 들고 무덤 속보다 더 깊은 그 잿빛 덩어리 바위를 밀어내고 걸어 나왔습니다 모두가 진실을 침묵하던 그 때 당신은 그 웃음의 무기를 들고 온 세상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 극한상황에도 당신은 마지막까지 잃지 않는 것이 있었습니다 웃음이었습니다 그 웃음을 빼앗아가려고 그렇게 달려들어 핥키었지만 당신은 단 한번도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당신을 끝까지 붙들고 있었습니까
모든 것을 다 뽑아내도 뽑혀지지 않는 것은 당신 영혼에 박혀 있는 가시와 같은 가난과 냉대가 당신의 주인이었습니다 눈물을 아는 자 만이 진짜 웃음을 안다! 이것이 만인의 가슴을 파고들어 당신의 영혼의 주인이 누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주인을 모시고 사는 자만이 당신 웃음 앞에 겸허해지는 생의 진면목을 쓰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웃으면서 우리도 모를 울음이 어느 켠에 차 올랐습니다 풀물이 들 듯 우리 영혼의 한 켠에 물들려 놓은 이 웃음은 세월이 가도 변색되거나 탈색되지 않고 봄이 오는 들녘에 풀잎이 돋아나듯 또 그렇게 짙어 올 것입니다
후배들의 뜨거운 격려도 당신의 발길을 돌려 놓지 못하고 저승으로 떠나는 채비를 서두르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마음으로는 후배 곁에서 좀더 늦게 떠나기를 원했으리라 수많은 지인 곁에서 팬들 곁에서 좀더 늦게 떠나기를 원했으리라 병상 침대 머리밭에 기도의 눈빛으로 서 있는 이 봉원의 눈망울 속은 수많은 대화들의 씨앗들이 후두툭 터지는 소리! 이것이 후배들과의 나누는 영원한 사랑의 대화라는 것을 느꼈으리라 잘 있거라! 이 말 대신 침묵으로 대신했던 당신! 오늘은 이승의 문턱을 벗어나 저승 어느 마을로 들어섰습니다 당신의 7대 독자 피붙이었던 창원이 홀로 먼저 그 마을에 보내고 이승에서 한 날 한 날을 피눈물로 살다가 한줌의 재로 뿌려지는 그 너울의 배를 타고 가고 없습니다
당신이 남겨놓았던 웃음들이 우리들의 기억에서 날개를 펴고 당신이 가신 저승 어느 마을에 다다르려고 해도 주소도 편지도 없는 곳입니다 그 나라에서 당신이 보내 주실 소식 한 장을 기다립니다 이제 서서히 잊혀져 가겠지요 풀잎이 당신의 무덤을 덮고 갈대꽃이 피어 하늘거리는 그 산모퉁이 이제 잔 잡아 권 할 사람은 이승에서 사는 우리가 아닌 저 바람이지요 저 흰구름이지요 저 이름없는 새들이겠지요 문전성시를 이루었던 당신이 살았던 집도 어느 사이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당신과 평생을 함께 해온 아내를 이승에 홀로 두고 간 슬픔만 남겠지요 하늘이 맺어진 그 인연이 다 하기 전에 먼저 전송하는 저승의 돌 계단 위에서 당신의 모습은 어느 꿈결에만 비쳐오겠지요 부부는 부부만이 아는 하늘이 허락한 따뜻한 기억들을 영혼에 간직하기에 한평생을 사는 것인데 그 약속마저 먼저 파기 시키고 돌아서는 이승에서의 끝 날은 서러운 울음 뿐입니다 살가웠던 사람들과 만남도 어느 기억 갈피에 접혀져 갈쯤이면 추억의 바람이 잠시 일다가 사라져가겠지요 하지만 부부의 인연은 하늘이 맺어 준 언약이기에 더더욱 잠 못 이루고 당신과 함께 해온 그 시간 속으로 달려갈 것입니다 당신이 없는 그 빈 그림자를 부여잡고 살겠지요 기다림으로 다져진 가녀린 아내의 생! 이승에서 한 날은 또 살 찢어짐의 연속일 것입니다 당신 하나 믿고 살아 온 날들이 다 고통의 날이었어도 그 고통도 가슴에서 행복이라는 깨달음 하나를 건지며 살겠지요 맨처음 군복차림으로 다가와 첫사랑의 불을 지펴놓았습니다 그 불을 평생을 깨뜨리지 않고 가슴의 아궁이에서 지피우고 살았습니다 여자의 일생에 단 한번 뿐인 그 하얀 면사포도 씌어주지 못하고 첫사랑의 그 불을 부여 안고 칠흑 같은 어둠이었던 가난의 칼날은 살 속을 후벼 파기만 했습니다 그 죄없는 피붙이들! 쪽 방 살이 쫒겨 다니며 주인 아들에게 얻어맞고 들어 오면 어미 애비에게 귀때기가 더 파랗게 얻어 맞고 멍이 들어도 어디에 하소연 할 곳도 없어 피붙이들은 금이 간 담벽에 기대 앉아 눈물 감추는 눈가의 때국물 자국들은 커져만 갔습니다 꿰맨 옷깃 사이로 얼어터진 손과 발! 옹송이며 싹싹 빌어도 외면하고 돌아서서 흐느껴야 했던 긴 목매임들이여! 계속.. cafe.dawm.net/lee1119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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