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이 에미 몸에서 나왔다니
땅을 떠나면
죽는 줄로만 알았다
땅이 이 에미 목숨이었으니까
손에 흙을 묻지지 않고도
이렇게도 사는 것을
이 에미는 모든 것을
땅에만 걸었다
너가 이 에미 몸 속에서 나왔다니
나 같은 무지랭이 몸 속에서
너같은 똑똑한 애가 나왔다니
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얼굴하나 붉이지 않고
어쩌면 그렇게 말을 잘 하는지
그 큰 서울 땅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것이
용타! 용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기 죽지 않고
너의 이름으로 된
아파트와 차와 가계와
사모님이 아닌
여사님! 여사님!
호칭을 붙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허리 굽힐 때
이 에미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
사람들을 리더 하는 폼이
TV에 나온 그 무엇이냐
고관 부인들처럼
고고하고 우아한 자태가
너무 눈이 부셔
내가 잘못 본 것인가
배운 것도 없는 너가
어떻게 저 많은 사람들을
지시하고 이끌어 가는지
세상은 살고봐야 한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구나
열 아들이 부럽지가 않았다
너가 내 딸이라는 것이
남의 일처럼 여겨져
들에서 일하다가
이것이 사실일까 생각해보고
사방을 둘러 보면
이 에미 몸속에
너같은 딸을 낳았다는 것이
신기하고
하나님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짠하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이 에미가
너를 일만 시켰다는 것을
떠올리면
여자는 남의 집에 가면
순종 잘하고 일 잘 하고
시부모 잘 섬기고
신랑 잘 섬기고
이 에미가
너의 외할머니에게 배운 것을
그대로 전수 했는데
이제와서
그것은 옛날 방식이고
지금은
자기 몸 속에 숨어 있는 능력을
꺼내어 발휘하는 세상이라는 것을
여자라는 말도
이제는 남자의 그늘이 아니라
오히려 남자가 여자의 그늘에
산다는 것을 보았다.
그렇단다
달의 힘 하나로
저 큰 바다를 움직이는 것처럼
저 큰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여자라는 것을 보았다.
장하다
내 딸아!
이 에미는 배운 것은 없어도
흙이 학교였고
이 학교에서 배운 것은
세상은 알아주지 않아도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지녔다는 것을 안다면
세상 대학!나와
군림을 할 줄은 몰라도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내 딸아
이 에미의 그 마음을 이어 받아
이끌고 가는 그 세상은
어찌 그리 눈이 부시는지
사는 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가을날 그 열매에서 알듯
내 딸 너가
이 에미의 생의 결실을
전해주구나
더 단맛이 스며들어
깊어지는
이 영혼의 열매 하나
천사들도 시샘한다고 들었다.
내 딸아
이제는
후회에도 한도
이 에미의 생의 가지에서
익어가는
열매라는 것을 알고 난뒤
너가 가을 햇살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 딸아!
내 딸아!
이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