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꽃 찔레꽃,
향기를 맡으며
언덕 위 밭에서
고구마 순을 심다.
물통에 가득
물을 날라와
땅에 낸 길죽한 구덩이에
듬북 부어
고구마 순 서너마디를
땅에 눕히고,
축축한 흙을 덮어준다.
여름이면
싱싱한 이파리와 줄기들이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겠지.
멋모르고 달리다
호박가지와 엉키기도 하고
찔레 넝쿨에 찔리기도 하고,
억센 잡초에 그만 발목을 잡히기도 하겠지.
지금 우리처럼......
가을이면
고구마 순은 더 이상
고구마 순이 아니지.
시들어 말라비틀어진 채,
가까스로 줄기에 붙은 채,
땅속에 올망졸망
속 노란 고구마를
유물처럼 숨기고서...
그 유물에는
지금의 찔레향이 배어있을까?
전신에 흐르는 땀.
노동으로 피로해진 몽롱한 정신.
거기
흘린 땀 내음이 숨어있을까.....
(시골향 묻어나는 시와 이야기가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