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우연 안개가 호수 끝에 걸리던 날
내안의 너를 버리기 위해
호수 모퉁이 조각배에 몸을 실었다.
저어라, 저어라, 양팔을
나아가라, 나아가라, 조객배야
내 이곳에 기필코 너를 버리리라.
어제의 슬픔도, 지난날의 배신도
이푸른 물로 씻어내려서
이 깊은 물속에 너를 잠기우리라.
너는 한치 혀로 내 존재를 지웠지만
나는 들이치는 한기에 몸을 떨었다.
버려야 한다.
버려야 한다.
기필코 버려야 한다.
악의 화신이 내몸에 천을 두르기 전에
미천한 너를 버려야 한다.
가슴속 깊은 절망과 함께
안개 가득한 푸른 물속에
너를 묻고 버리리라.
무겁고 버거운 집착아,
떠나라,
떠나려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