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은 제 몸 벗은 줄 모르고 훌훌 봄 여름 가을 그렇게 보내고 알몸으로 겨울을 맞는다 그래 겨울산은 가늘고 높이 솟는다 江은 제 살 깎아내며 동무하자는 길섶 황토흙 외면한 체 훌훌 봄 여름 가을 그렇게 보내고 꽁꽁 언 몸으로 겨울을 맞는다 그래 겨울강은 시리도록 깊이 숨는다 세월따라 산山도 강江도 그네들의 하루속에 나이를 헤아리며 산다 사람들 그네가 살아 있다고 믿지 않는다 살아있음을 믿는 것은 산 위 산짐승 뿐 살아있음을 믿는 것은 강 아래 물고기 뿐 홀로 겨울 산을 오르며 홀로 겨울 강을 거닐며 더불어 숨쉬기를 해 보았다. 멍멍한 산기슭에서 외치니 꽁꽁 얼어버린 강물 저 아래로 졸졸졸 메아리 되어 흐르더라 세상 모든 것은 살아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