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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늘 날


BY 얀~ 2003-01-03

눈 오는 날


증조할머니 기제라 볼펜을 들고 사야 할 것들을 적으며
쌀가루 같은 눈을 봅니다
마당에 서 있는 두 그루 소나무
왼쪽에 아담한 여인인 월영과
오른쪽에 멀대 일영이 눈을 맞습니다
주차하던 곳을 주변 사람들과 실랑이하며
동네 할매가 심은 보리 위에도
덜커덩 턱턱 금속성 소리의 주인공 쓰레기 수거 차와
뒤를 따르는 두 사내의 머리에도
그 소리에 놀라 대문에서 담으로 내려서려다
마당으로 미끄러진 고양이에게도
눈(雪) 때문에 내 눈(目)에 뒹군다
아하, 열 살 딸아이의 젖비린내 풍기며 다가오니 못 견디게 간지러운 것
아하, '월영과 일영의 사랑'이라는 제목의 소설도 마구 쓰여질 것 같은
아하, 흰 눈밭을 닮은 종이에 발자국을 찍으며 길을 내는 것
아하, 눈을 뭉쳐 그리운 얼굴을 빚어 볼까 궁리하는 것
시선에 모두 경쾌하게 살아나는 것
눈(雪)의 눈(目)에 내가 살아 있어 그런 건 아닐까

방앗간에서 쌀가루를 냈습니다 한 번 가루를 내고 물을 약간 넣고 또 한번 가루를 내고 마지막으로 옮겨선 부하니 부풀린 치마 속에서 눈처럼 내리더군요 고운 눈을 맞으며 걷는데 발아래 백설기 같은 눈이 배부르게 밟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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