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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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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따먹기


BY mujige.h 2002-10-30



몽당 닳아빠진 놋 수저가 손 목 가느다란 동생 손에 잡혔다
까맣게 반들거리는 귀 떨어져 나간 무쇠 솥 안에서
빡빡 소리를 내며 콩 누룽지 한 쪽이 떨어진다
동생은 칡뿌리로 얼룩 진 입가를 문지르며
질긴 무명실로 튼튼히 꿰맨 주머니 안에
딸그락거리는 구슬을 가득 주어 담고 골목으로 줄달음친다

꼬질꼬질한 손으로 건네준 콩 누룽지 한입 물고
나는 터진 손등으로 바둑돌을 퉁기며 흙 바닥 가득
거미줄 같은 금을 이어대며 땅따먹기 놀이에 빠졌다
해 뉘 엿 질 녘
엄마가 소리쳐 불러 갈 때까지

흙이 뭉개져 붙은 무릎을 툴툴 털며 일어서서
낡은 코빼기 고무신 바닥으로 쓱쓱 지워 버릴 그 땅 집을
무슨 연고로 싸움질하며 늘려가려 했을까
그때 못 다한 땅 따먹기
지금은 늙어 가는 아이들이
흙빛 얼굴에 고랑이 파이도록 하고 있다
해 뉘 엿 질 녘
엄마가 소리쳐 불러 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