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로써 술(酒)을 마신다네." 술을 마셔 보았는 가? 고량주를 털어 보았는 가? 나는 술로써 술을 마신다네. 세상사 허무하여 어느 한 곳 이 몸뚱아리 기댈때 없다... 둥근달 휘엉청 하늘끝에 걸려 있어 몸서리 치도록 보고파 그리움이 강을 이루면 나는 희뿌연 안개 거두어 내어 그대를 안주 삼아 술로써 술을 마신다네. 아마도 그 순간만은 그대를 잊으련가... 봄햇살 온 세상을 하얗게 비추고 처녀봄 라일락향 코끝을 간지럽혀 잠든 내 영혼 흔들어 깨우는 날 나는 불(火)같은 화주(火酒) 한모금 싸~하게 털어 버린다네. 아마도 그 순간은 모든 시름 강물에 띄워 보내지겠지... 감성이... 고뇌가... 이 외로움과 그리움이... 이성을 따라가지 못할때 그럴때... 나는 술로써 술을 마신다네. ...02/4/30 깊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