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태국 사찰 관광을 비키니 입고 온 외국인 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00

산사에 가면...


BY 개망초꽃 2002-03-26








산사에 가면...

틈만나면 산사로 향해 여행 보따리를 챙겼던 오래된 날...
청바지를 입고 모자를 쓰고
미리 예매한 기차표를 들고
잰 발거음으로 기차에 오르곤 했었다.

산사로 향한 길엔...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오래된 나무와
가는 바람소리에도 휘청거리던 풀잎과
하늘이 살고 나무가 살던 맑간 계곡이
산사가는 길 어디에도 있었다.
찬찬히 걷다보면 새도 거기에 있고 들꽃도 거기에 있어서...
복잡한 마음을 등뒤에 두고 날아갈듯 가볍게 걸어 갈 수 있었다 .

산사에 들어서면...
경내 앞뜰엔 꽃들이 만발해 세상살이에 지친 나를 끌어 안아주곤 했다.
청평사 입구엔 물봉선화꽃이 한밭 가득 피어있었고.
지리산 자락의 이름모를 산사엔 금계국이 가냘프게 출렁거렸었다.
능소화꽃이 한창이던 산사는 내 기억으론 선운사였다.

그리고 어느 산사든 목마름을 피할 수 있는 약숫물이있다.
관광객들이 줄을 잇던 웅장한 산사에도
낡아져 인적조차 드물던 산사에도
지나가는 행인들의 목마름을 적실 물이 언제나 흘러 넘치고 있다.

벚꽃잎이 맴을 돌던 봄날
빗물이 동그라미를 그리던 여름날
단풍잎이 배되어 유유히 떠나가던 가을날
눈내리던 겨울산사의 우물도 잊을 수 없는 옛일로 남아있다.

떠났지만 떠난 것이 아니였고
버렸지만 버린 것이 아니였다.

다만...
물은 아래로 흘러가야 썩지 않듯이
흘러가다 얼마큼은 공중으로 사라지듯이
채우고 비우고 보내고 떠나야한다.

만남이 있고 이별이 있고
홀로되어 떠나게 된다면
다시 산사가는 길로 발길을 옮길 것이다.
산사에 가면 조건없는 나 자신을 만날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