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날보다 살아가야 할 날이 막막하다고 느껴질때 눈앞에 뿌연 안개로 가득차서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가끔씩 삶에서 나를 빼내어 옆길에 살짝 놓아두고 싶다. 삶을 조금 옆에서 방관자처럼 구경꾼처럼 보며 이러쿵 저러쿵 입바른 소리 한번씩 하며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그렇게 쳐다보고 싶다. 바람이나 강물처럼 정체되지 않게 작품의 줄기는 내가 잡아가리라. 한편의 소설이 끝나고 한편의 영화가 막을 내리고 텅비어버린 새로운 나를 발견하면 다시 난 내 삶을 살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