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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달산 김룡사 입구 두 그루 소나무를 가슴에 심으며(2002-5)


BY 얀~ 2002-01-03

운달산 김룡사 입구 두 그루 소나무를 가슴에 심으며



친척 보증에 오천을
모 거창한 지역 클럽 회원에게 사천을 물렸노라
하소연 듣는 밤,
술독에 빠져도 취하지 않는다

세상이 그래요
돈 필요하면 술 사고 선물로 선심 쓰며
둘도 없는 사이지만
돈 빌려 쓰고 나면
버려진 구멍 난 스타킹과 다를 바 없어요
한 달 수입은 경악에 가깝고
집사고 땅 사고 약자에겐 거드름 피우지만
일수군의 충성스런 개요
나 이런 사람이요
깨진 쪽박은 감추고 가면을 쓰죠

세상이 그래요
제 돈으로 장사하는 이 몇이나 되냐고
어수룩한 사람
제 집, 친구 담보로 날리고
전세 돈, 집주인 부도로 날리고
월세 살며 아껴 저축한 돈, 놀이꾼 농간에 털리고
조상이 물려준 땅 팔아 목에 힘주고
땀으로 얼룩진 사람 바보라며
가슴에 쐐기를 박는데
제 몸 혹사하며 정직하게 번 돈이라면
그렇듯 쉽게 쓰겠어요

술 취한 하소연
위로의 말보다 영악하지 못함과
엉망으로 관리한 장부와 교차되어
술마저 비웃음으로 목을 훑는데
오래 전 내 모습 같아
우울할 뿐

잘 살아 내지 못한 사람들의 충고와 질타에
독설 퍼붓는 입에 똥이라도 넣고 싶다
빈 몸 어미, 제사와 경매에 넘어간 종산
잊지 말고 기억하시길, 당신 입으로 내뱉은 대로 사시길
어머니 마지막 남은 집 팔아가듯, 자식에게 내주시길
노인네가 뭔 돈이 필요하냐 했듯, 빈털터리로 사시길
빈 몸으로 내몰리 듯, 그렇게 자식에게 내 몰리시길
꼭 그리만 되시길

황혼에 물든 벼들 휘청거리면
덩달아 가슴 쓸어 내린 분통들 흔들리며
어미, 가슴 앓겠지
서늘한 바람 몰아치면 바람만 움직이더냐
세상사 말하는 것이나 말 없는 것이나
울분 있을 터
네가 네 것으로 아이를 가졌듯
독사도 그 배에 새끼 가졌으니
해 입히면 달려들어 물을 터
독 품은 후레자식 꽉 물어
정신 못 차리고 허송세월 한 응보(應報)가 될지언정
독사여, 순박한 어미 아비는 물지 말라
(빈 몸 어미, 한달 병원서 토하고 배설하며 미안쿠나 미안쿠나 어찌 듣는단 말이요, 들판의 억새처럼 백발 머리카락도 서러운데 눈물을 어찌 본단 말이요)

햇살 쬐며 열매 맺는 것들이야 좋지만
흐드러지게 피었던 꽃들도 씨앗에 정신 팔렸을 터
불사르지 못하고
토해 놓은 언어마다 감질나는데
태양처럼 환하게 물든 벌판 쏘다니며
징 소리 장구 소리 나뒹굴며
탁주에 흥건히 취하고 싶어라

낮에 보았던
운달산 김룡사 입구 소나무
한 그루는 비탈이 힘들어 쓰러졌지만
아래 소나무가 버텨 두 그루가 거목으로 자란,
그런 사람되긴 힘든 일이나
가슴에 심어 키우고 싶다
감동을 주는 운달산 소나무처럼
거목은 어렵겠지만
버티며 살리, 당신과 기대어 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