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나무에게
난
한 순간도
당신 사랑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찬서리 내리면
선연히 달궈진 우리 사랑,
이별 앞에 놓인다던
당신 말 믿지 않았습니다.
은빛 일렁이는 눈부신 햇살
양떼 노니는 푸른 하늘,
그 안에서 깊어가는
우리 사랑만 믿었습니다.
하지만 오래지않아
첫서리에 온 몸 적신 나,
한낱 미풍에 곤두박질치고서야
그 믿음 헛되단 걸 알았습니다.
끝까지 지켜주지 않은 당신
악착같이 매달리지 못한 나
누구의 탓도 아니라
흐르는 시간 때문이란 걸 알았습니다.
당신을 떠나온 후
웃음을 잃고
윤기를 잃고
빛깔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도 슬프지 않습니다.
날 잃음으로써
당신 얻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하나였던 우리
더 깊이 사랑하기 위해서라면
이보다 더한 아픔이 있을지라도
순연히 받아들이겠습니다.
가을이 떠난다고
사랑이 끝난 것은 아니듯
몸은 비록 당신을 떠나왔지만
마음은 한 순간도 떠나지 않겠습니다.
누군가의 발길에 툭 차이고
누군가의 손길에 파삭 부스러져도
당신 향한 열정하나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리하여
스믈스믈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또르르또르르 새소리 높아지면
당신과 다시 하나 되고 싶습니다.
당신은 그저
지금 그 자리에 서서
흔들리되 꺽이지 않는 모습으로
내 사랑 받아주면 좋겠습니다.
진정
그리하면 좋겠습니다.
-淸顔愛語-
근처 산길을 걸어 보았습니다.
찬서리에 가을이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미처 떠나지 못한 가을이
뒹구는 낙엽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낙엽과 나무가 하나되어
밀어를 속삭이는 모습을 보며
쓸쓸함이 한 순간의
다정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어쩌면 가을은
사랑하지 못한 것을
더욱
사랑하는 계절은 아니었는지요?
2001. 11. 27 淸顔愛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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