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 찻잔만
말갛게
나를 지켜보고 있어도
이 밤이 좋습니다
아무말없이
빼꼼히
내 손길만 기다리는
하얀 공간만 있어도
이 밤이 좋습니다
담배연기 때문에
늘 열어 놓는 창문에서
차가운 밤 바람이
반바지 차림의
내 다리를 싸늘히 식혀 주어도
이 밤이 좋습니다
부대끼고
어우러져
살아 낸 또 오늘
내가 나를 다독 거려줄 수 있는
이 밤이 있어서
하루를 살아 낼 수 있습니다
슬픔만 있다고 해도
외로움만 가득하다고 해도
별 하나 없는
하늘만 있다고 해도
나는 이 밤이
못견디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