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머물던 자리에서
바람의 흔적을 찾는다.
어제나
또는 오늘도
빛깔은 그대로인데
나의 코끝에 풍겨오는
그 향기만 다를 뿐
산처럼 바다처럼
그렇게 고요하기를
흙처럼 물처럼
그렇게 침묵하기를
노고지리
그 장난스런 몸짓에도
그저 소리없는 웃음으로
초연하기를
구름이 가리워도
슬퍼하지 않기를
때로는
폭풍우에도 흔들리지 않기를
이생에 못다한 이야기는
그저 가슴에 묻어두고
기약치 못할 세월을 약속해도
가슴시리지 않기를
땀으로 넘는 고개에
드는 바람도
오는듯 가는님에게
묻어가기를
세월이 주는 미움에도
초연하기를
받기만 하는 가슴도
사랑하기를
주기만 하는 가슴도
기뻐하기를
가는듯 오는님도
다시 반가워하기를
그렇게
그렇게
초연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