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어미 아비는 물지 마시라>
황혼에 물든 벼들 휘청거리면
덩달아 가슴 쓸어 내린
분통들 흔들리며
어미 아비 가슴 앓겠네
서늘한 바람 몰아치면
바람만 움직이더냐
세상사 말하는 것이나
말 없는 것이나
울분 있을 터
네가 네 것으로 아이를 가졌듯
독사도 그 배에 새끼를 가졌으니
해를 입히면
달려들어 물을 터
독품은 후레자식 꽉 물어
정신 못 차리고 허송세월 한
응보가 될지언정
독사여, 순박한 어미 아비는 물지 말라
햇살 쬐며
열매 맺는 것들이야 좋지만
흐드러지게 피었던
꽃들도 씨앗에 정신 팔렸을 터
불사르지 못하고
토해 놓은 언어마다 감질나는데
맹맹한 정신 뜨끔하게
태양처럼 환하게 물든 벌판 쏘다니며
징 소리 장구 소리
신명나게 흥이나 지르고
탁주에 흥건히 취하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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