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릴케와 함께 마시는 茶
그대가
잠자지 않고 써 내려간 편지를 읽기 위해
낡은 램프의 심지를 돋운다
밝아진 만큼 더해진 그을음을 마시며
지금 이후로
더욱 고독하지 않기 위해 책장을 넘기면
갈피갈피에서
햇빛같은,
꽃잎같은,
기도같은 사랑이 피어오를까
뒤뜰에는
가을녘 이른 새벽이
어둠을 젖히고 사락사락 내려 앉을 때
書架로 떠나보내는 서운함으로
우러나온 장미 빛깔의 茶를 마시면
포글거리는 水泡들이
내 오랜 기억속 그대 모습을
투명한 유리잔 안에서 천천히 저어가고 있다
시집 < 네안에서 내가 흔들릴 때 : 집사재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