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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을 날
BY R.릴케 2001-09-02
가 을 날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햇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요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요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을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요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로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것입니다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거닐 것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