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추]
기다리고 기다리던 흡족한 비가 내렸다
잊혀졌던 삶의 허무감도 따라
가슴을 짠하게 적신다
마주하고 있지만
정겨운 말 한마디,눈 인사가 어색해
매체가 주는 희노애락에 정신을 홈빡 빼앗기고
그것을 위안삼아 한낮에 시름을 잊는다
우리들의 얘기는 저만치
화제 속 인물들의 배후에
주인없이 떠다니고,쉼 없이
인생이 가져다주는 무게에 추를 더한다
이렇게 그냥 무던히 살자니
깨끗한 구석 어딘가에 있을 걸레조각이나
휴지통의 필요충분 조건이 무시되는 것 같고
들추어 내자니 멍석을 깔아놓은 양 인간의 희번뜩한
양면성에 낯 간지럽다
훌훌 털고 일어서자니
남겨진 손때 묻은 살림살이며,
초롱히 박힌 어린 눈망울들이
자꾸만 눈에 밟히고...
새로운 시작 또한 작열했던 태양 저편
스러지는 밤이슬을 알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또 하루를 주섬주섬 챙겨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