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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측의 오진으로 에이즈 양성을 받는 남성의 사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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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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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BY 꼴통 2001-07-10

아이 내복바지에 구멍이 뚫립니다.
우리집 막내아이의
사년을 입어 물려받게 된
내복바지입니다.
이 바지를 한 해 더 입히려다
찢어진 바지 구멍사이로
아가의 하얀살이 비치는걸 보고
그만 입히는걸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비록 한철만 입히고
작아서 못입히게 될 옷일망정
하나 사준다 맘먹고
이 마음 변하기 전에
후다닥 옷집으로 향했습니다.

가끔은 쇼파에서
잠자는 남편을 발견합니다.

뭔가 생각을 골똘히 하다가
우두커니 그 자세로 그만 잠든
남편의 얼굴을
아주 가끔 접하게 됩니다.

전 그 모습이 싫습니다.
전 그 모습이 슬픕니다.

많은 짐을 싣고
힘든 개울을 건너는
나귀마냥
이 남자의
어느덧 결혼생활 6년이
참으로 많은 짐으로 불어난 모양입니다.

남편을 깨웁니다.
아무일없다는듯
나의 남편 환하고 잠에 취한 미소를 보이며
큰아이를 꼭 껴안고 잠들러 갔습니다.

저 남자의 뒷모습에서
커다란 희망을 확인합니다.

사는게 가끔은 정말 이리 곤혹스러운거구나..
절실히 느낄때가 있습니다.

허나 제 곁에 가족이 있기에
이리 힘든 상황을
유유히 보낼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금 쌀통에서
주먹을 두들기며
5인분 쌀을 맛있게
앉힙니다.

나 사는게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해서
혹여 염세적인 눈을 한 이가
행복에 대해 반문한다면
전 그저 깨끗히 삶은 하얀 행주하나와
제 아이의 깨끗히 닦인 오뚜기 인형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제가 사는 이유 간단합니다.
이들을 사랑해서지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힘차게 박박
쌀을 씻어앉히는게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