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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쓴다.


BY 봄비내린아침 2001-04-07




편지를 쓴다..


편지를 쓴다.


손님드문 오전시간
햇빛 쨘한 거리를 내다보며
편지를 쓴다

종이위에는
그가 있다


그와 함께 앉았거나
그와 함께 차마시거나
그와 함께 음악을 나눠듣거나
그와 함께 한가로이 걸음걷는
내가 있다.


있었던 일들
사소한 변화며 감동따위
책애기, 영화애기
거리에서 본 잡풀들의 움직임
아침에 무얼먹고
지금 무슨 옷을 입었는지
시시콜콜
스케치하듯 또각 또각
밑그림을 그린다


세상에서 가장 솔직하고
담백한 모습의 나


편지쓰는 나는
나조차 낯설어지는
또 다른 나이다


쭈빗쭈빗
엉성하게 풀어가는 대화솜씨도
톡톡 쏘아부치는
천성적 무뚝뚝함도
까만 먹물 번져가는 그 순간만큼은
제때 터지지않고 못배기는
봄 꽃망울처럼
속내를 우르르 쏘다붓고만다


오늘도
나는 편지를 쓴다


마주앉거나
전화로 할 수 없는 긴긴애기들
껍질없는 나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