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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입학식에서(수정2002/07/11)


BY 얀~ 2001-04-03

딸의 입학식에서


딸의 입학식,
운동장을 망아지처럼 뛰는 모습을 보니
당신이 생각났습니다
당신을 다정한 분이라 생각한적 없었지만
돌아보니 사랑의 자리는 있었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왕복 두시간의 통학거리로 학교를 보냈고
술을 드시고 젊은 상사를 모시면서
사표 쓴다, 쓴다 말했지만
정년을 하신 것도 자식을 위한 것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부모로서 최소한의 책임이 교육이라고 말했던 철부지가
학부모가 되었습니다

아이를 보면
초조하고 불안하기만 한데
작은 내가 큰 사람들 틈에서
견디고 온전히 자라기까지
아버지가 몰아 세웠습니다

당신은 맘 아픈 소리,
눈물 떨굴 소리,
어려운 일이 생기면
위안의 말이 아닌 소리 골라합니다
일어나 살아가는 건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행복해서는 더더욱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몰아가는
당신의 지게에서 튕겨진 분신들이니
그 모습 닮아 살면서 알려줘야지요

사랑하거든 내치고
사랑하거든 혼자 서게 하고
사랑하거든 있는 듯 없어야 하고
딸아이 앞에서
설레임보다 부모의 숙명을 할게 합니다






딸 아이의 입학식
뛰노는 모습을 보니
아버지가 떠오릅니다
아이를 보면
초조하고 불안하기만 한데
아버지는 무슨 생각으로 왕복 두 시간의 통학을 시키셨는지...
당신이 나이가 들고
자꾸 젊은 사람들에게 밀려
취기에 사표를 수도없이 쓴다고 하셨지만
정년을 하신 이유가
교육을 시키고 싶어서인지...

키 작은 내가
키 큰 사람들 틈에서
견디고 온전히 자라기까지
힘겨움과 외로움의 자리에
아카시아꽃과
무더기로 핀 코스모스와
인생의 자갈길과 돌멩이를
황금들판을
들여 놓고
아름답게 가꾸는 가슴을 주셨지요

아버지는
맘 아파 할 소리 골라 합니다
가슴이 무너지는 소리
눈물 떨굴 소리 골라 합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힘겨운 쪽으로 밀어냅니다
일어나 살아가는 건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행복해서는 더더욱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몰아가는
삶의 지게에서 튕겨진 분신들이니
그 모습 닮아 사는 거죠

똑바로 살다 보면 배우겠지 싶어
아이들에게 희망 사항도 없습니다

사랑하거든 내치고
사랑하거든 혼자 서게 하고
사랑하거든 있는 듯 없어야 하고
딸아이 앞에서
설레임보다 부모의 숙명을 할게 합니다